* 이 리뷰에는 초반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키워드 : 라이트노벨, 클리셰 비틀기, 미스테리, 변형된 하렘(?), 1인칭 주인공 시점, 빠른 연재,
영어
오늘 소개드릴 시뮬라크럼(The Simulacrum)은 해외 웹소설 연재사이트인 로열로드에서
최근 인기 급상승 중인 라이트노벨입니다. 종이책 2~3권 정도 분량이 쌓여있구요.
저는 1/4 정도 읽은 상태입니다. 이번주 안에 완독할 예정이고요.
젊었을 적엔 라노베 정말 많이 읽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은 오글거림을 못 버티겠더라고요.
그런 저에게 정말 오랜만에 라이트노벨 읽는 즐거움을 주었기에 추천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ㅎㅎ
주인공은 어느날 문득 낯선 집에서 눈을 뜨게 됩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로요. 심지어 몸도 바뀌었습니다.
원래 모습이 어땠는지 기억은 못하지만, 지금과는 다르다는 것만은 확신하죠.
그런 그가 새로운 몸, 새로운 신분에 적응하면서 이 낯선 세계의 비밀을 파헤쳐 나가는 내용입니다.
말도 안되게 깨끗한 거리, 극도로 루틴한 행동만을 취하는 사람들,
비일상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버벅대는 모습,
여기저기에서 그러모은 단서를 토대로 주인공은 대담한 추리를 해내죠.
이 세계는 '가짜'이며, 자신은 어떤 이유에선지 그런 게임같은 세계에 빠져버린 거라고.
하지만 그런 기묘한 세상에서도 진짜 사람같은 존재들이 있습니다.
원래부터 친구였다는 설정(?)인 조슈아.
조슈아의 소꿉친구 앤지. 반장인 아미. 전학생 엘레노아 등등.
여전히 기억은 없지만 전생의 서브컬쳐 지식은 온전히 갖고 있는 주인공은
이런 인물세팅과 세계관 분위기를 통해 '여기는 하렘러브코미디의 세계다!'라고 판단하게 되죠.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자신은 '주인공'이 아니며,
실제 주인공은 '조슈아'라는 것,
그리고 자신은 러코 남주에게 항상 붙여있는 괴짜친구1 포지션이라는 것까지 알아냅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세상의 비밀을 발견해나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제게 있어 이 작품의 최대 강점은 '오글거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적어도 요즘 라노베에서 보이는 그런 오글거림은 전혀 없습니다. (저에겐 정말 중요한 문제예요.ㅎ)
세계관 세팅은 서양과 일본을 묘하게 혼합한 듯한 가상의 섬이지만
작가가 서양인이라서 그런지 일본작가 특유의 느끼하고 오버하는 느낌이 없습니다.
물론 알콩달콩도 있고 청춘!열혈!스러운 장면도 있지만
문체가 굉장히 담백하고 살짝 시니컬하면서도 위트가 넘쳐서 술술 읽힙니다.
그 원인은 역시 주인공 때문이겠죠.
1인칭 시점이다보니 주인공의 설정과 내면묘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인물상입니다. 제 취향에 딱이예요.
장난스럽고, 재치있고, 분석적인 사고가 가능하며(=무뇌아가 아님),
고민은 하지만 땅을 파진 않고, 안그런척 하면서 배려넘치고, 등등.
아주아주 먼 옛날, 스즈미야 하루히 초반부를 읽으며
주인공 쿈에게서 느꼈던 호감을 다시 품게 만드는 캐릭터네요.
(작가탈주로 망했지만, 라노베 남주 중에서 쿈은 정말 훌륭하게 잡힌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히로인들 캐릭터빌딩도 아주아주 좋네요.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벌써 마음에 드는 여주가 둘이나 생겼을 정도니까...
이건 저에겐 굉장히 드문 일입니다. 특히 하렘러코물에서는...
폭주전차 츤데레 공주 엘레노아랑, NPC에서 사람으로 진화중인 쥬디가 현재 저의 최애캐입니다.
다른 히로인들도 매력적이지만 저 둘은 특히 제 취향에 직격이네요.^^
짐작이지만 아마도 언어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 봅니다.
같은 대사라도 일본어로 읽는 것과 영어로 읽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을 주거든요.
동일한 콘티로 일본작가가 썼다면 아마 오글거리는 물건이 튀어나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서양인 작가가 서양인의 감성을 투영해서 영어로 쓴 작품이라 그런지
새콤달콤한 내용도 아주 담백고소하게 다가오네요.ㅎㅎ
하이퀄리티 라이트노벨을 원하는 독자분께 일독을 권해 봅니다.
처음엔 물음표가 뜰지도 모르지만 금방 빠져들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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