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절대 빈곤 사회에서 만연한 악과 부드럽고 이상적인 선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대문호인 찰스 디킨스.
최근 그의 작품을 읽게 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제가 세계 문학 전집을 읽은 지도 벌써 십 오년 전이고, 그 중에 올리버 트위스트는 없었죠.
사실 찰스 디킨스라는 작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어도 기억은 안나지만 어떤 작품을 몇 페이지만 읽고 덮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더 빠른 속도감 있는 소설들이 많았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작가의 약력에 따르자면 올리버 트위스트는 원래 잡지 연재용 소설이었고, 나중에야 출간 계약 때문에 책으로 묶어서 낸 것입니다.
찰스 디킨스는 서문에서 당대의 사회상을 그리면서도 범죄자들의 매력적인 특성이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 런던 뒷골목의 빈민가를 묘사하여 그곳에서 선,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힙니다.
추잡하고 더러운 이야기 속에서도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거겠죠.
그것이 당대에는 굉장한 혁신으로 받아들여졌던 모양입니다.
또한, 올리버 트위스트는 주인공이지만 행적의 대부분은 수동적입니다.
어린 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생한 경험담에 몰입하게 만드는 상징에 가깝다고나 할까요.
이야기의 대부분은 핍박하는 악당들에게 끌려다니면서도 선을 유지하려는 슬픈 올리버의 고난입니다.
거쳐가는 사람들만 해도 구빈원 인물들, 굴뚝청소부, 장의사 소어베리 부부와 노아 클레이폴, 샬럿, 런던 뒷골목의 유대인 장물아비 페이긴과 강도 빌 사이크스, 창부 낸시 등등으로 많고 후에 선을 상징하는 브라운로 씨와, 메일리 부인과 로즈 같은 여러 인물을 만나게 되니까요.
그리고 19세기 당시에 제정된 신 빈민 구제법은 사실 빈민들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는 법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위정자들의 생각은 빈민이란 게으르고 노동하지도 않으며 놀고 먹으려는 자들이었다고 인식했으니까요.
디킨스는 이러한 왜곡스러운 정부의 시각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는가?를 자세하게 묘사하면서 비판합니다.
말이 빈민 구제지 죽지 못해 살아가며 끝내는 서서히 죽어가는 참담한 삶을 말이죠.
***
작품의 시작은 임신한 젊은 여성이 피투성이가 되어 구빈원으로 들어오면서부터입니다.
이 여성은 남자애를 낳고는 곧바로 아이의 축복을 기원하며 사망하죠. 그 아기가 바로 올리버 트위스트, 우리의 주인공입니다.
사실 올리버에게는 고통스러운 삶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입소자들에게 한푼이라도 덜 들이거나 죽어서 땅에 묻히는 편이 오히려 더 싸게 먹힌다는
발언을 작중 인물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거든요.
교구관인 범블 씨나 고아농장을 운영하는 맨 부인이 대표적입니다.
이 곳에서는 그 어떤 종교적인 열정이나 자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예산을 아끼고, 주머니를 채우려는 사람들 뿐이었죠.
불쌍한 올리버는 매일 묽은 죽 한 그릇을 먹고 배고픔에 시달리며 열살이 될때까지 자라납니다.
그리고 아주 어처구니 없는 이유(유명한 대사. 죽 한 그릇만 더 주세요)로 구빈원 이사회는 게으르고 사악한 올리버를 당장 쫓아낼 궁리를 시작합니다. 단돈 5펜스에 아이를 데려가는 광고를 내죠.
처음 찾아온 것은 생활비를 갚아야 하는 마부로 이사회에서는 조건이 안된다고 판단에 돌려보냈지만
성실한 굴뚝청소부가 찾아왔을 때는 범블 씨가 비쩍 마른 올리버에게 협박해 당장 가라고 윽박지릅니다.
하지만 올리버는 끔찍한 굴뚝 청소와 도제식 아동 학대의 현장을 못이겨 심각하게 도제 교육을 거부
하여 다시 구빈원으로 돌아옵니다.
마침 관을 짤 일이 있어서 장의사인 소어베리 씨에게 수습생 하나를 받아주지 않냐고 청하고 올리버는 그곳으로 가게됩니다.
아시다시피 현실의 고단함과 가혹한 사회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 화려한 대영제국을 상상한다면 오산입니다.
빅토리아 여왕이라는 대영제국의 황금기란 이토록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있었죠.
아마 웹소설을 보시는 분이라면 여기까지 읽기 전에 이미 때려치셨을 겁니다.
주인공은 계속해서 떠밀려 다니고 나약하며 대처를 잘하지 못하거든요.
그나마 주먹을 썼을 때가 노아 클레이폴(장의사의 수습생)이 엄마를 모욕했을 때니까요.
노아 클레이폴이 올리버를 모함하는 바람에, 결국 구빈원으로도 돌아갈 수 없엇던 올리버는 딕(나이 어린 구빈원 친구)를 새벽에 만나고 런던으로 길을 떠납니다. 물론 가난한 소년에게는 아무런 돈도, 먹을 것도 없었으며 그저 런던 그 빛나는 도시라는 희망하에 기나긴 행군을 시작합니다. 가는 길에 물 한잔 주는 사람 정도만 만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는 런던 지척 마을에서 지쳐쓰러집니다.
그 때 교활한 아트풀, 잭 도킨스라는 나이 많은 불량 소년을 만나게 되는데, 이 녀석은 유대인 장물아비의 행동대장입니다.
올리버를 새 소매치기 파티에 끌어들일 적절한 시골 소년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한 것입니다.
유대인 장물아비 페이긴은 그럭저럭 올리버를 잘대해주기는 하지만, 어떤 목적이 있어서 그럴 뿐 절대 선량한 사람이 아니었죠.
자신만의 비밀 금고를 자기 부하들인 잭 도킨스와 찰리 베이츠에게도 감추는 사람이 탐욕적이지 않아면 누가 탐욕적이겠어요?
놀이를 가장해 올리버에게 소매치기 기술을 가르치고 실전으로 내보내죠. 하지만 첫 실전에서 잭과 찰리가 노신사의 주머니에서 물건을 훔쳐내는 모습을 본 올리버는 깜짝 놀라서 달아납니다. 잭과 찰리는 반대로 도망치는 올리버를 도둑으로 몰아서 위기를 벗어납니다.
이 노신사가 브라운로 씨며, 런던의 기묘하게 오만한 판사와 기싸움을 벌일 정도로 중산층의 선을 나타내는 인물입니다.
다행히도 올리버가 누명을 썼다는 사실을 서점 주인이 증언함으로써 무죄 판결을 받았고, 올리버를 불쌍하게 여긴 브라운로씨는 올리버를 데려가서 간호하고 보살펴줍니다. 그리고 이 처음보는 꼬마가 묘하게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 파트에서 올리버 출생의 비밀이 등장합니다. 브라운로 씨의 집에는 어떤 여성의 초상화가 있었는데 올리버가 그녀를 닮았던 거죠.
숙련된 독자들이라면 당연히 알아챌만한 복선이죠. 올리버는 고아지만 그 어머니가 브라운로 씨와 어떤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올리버는 베드윈 부인의 도움으로 아름답고 밝은 소년의 모습을 되찾습니다. 브라운로 씨의 친구이자 괴팍한 성질의 그림윅 씨가 찾아왔을 때, 올리버를 두고 악당 소년인가 아닌가(즉, 도망칠까?)를 두고 내기합니다.
그러나 페이긴이 런던 골목을 헤메는 올리버를 찾아 다시 납치하죠.
이 소설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인물들은 암흑가 빈민들로
빌 사이크스와 낸시가 등장합니다.
사이크스는 너무 성질머리가 더러운 폭력배고, 낸시는 사람을 홀려서 적극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영악한 여성입니다.
그렇게 브라운로씨의 심부름으로 런던에 갔다가 두 사람에게 납치된 올리버는 페이긴의 집 다락방에 감금됩니다.
다만 낸시는 올리버를 납치한 후에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후회하고 올리버를 도와주려고 합니다.
이때, 페이긴이 그저 런던 빈민가에 넘쳐나는 소년들과 다를 게 없는 올리버에게 집착하는 모습 때문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멍크스라는 수상쩍은 인물이 등장하죠. 이 인물은 올리버에 대한 무한한 증오심과 이 연약하고 슬픈 소년을 반드시 범죄자로 타락시켜야겠다는 야망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이 배후 인물 때문에 갑작스럽게 올리버는 불행에 빠집니다.
그럳ㄴ 날이 흐린 어느날, 사이크스는 친구 토비 크래킷과 함께 첫시라는 동네의 부잣집을 털려고 작은 소년을 데려갑니다.
모든 창문이 덧창으로 닫혀있어서 유일한 출입구인 작은 창문은 어린 아이 정도만 통과할 수 있었거든요.
페이긴은 올리버를 데려가라고 했고, 강도질하는 과정에서 창문으로 진입한 올리버는 범죄를 협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소리지르려는데, 하필이면 주방의 소음을 듣고 깨어난 집안의 두 남자가 쏜 총에 맞습니다.
그때부터 이야기는 미궁 속에 빠지죠. 사이크스와 토비 크래킷은 총에 맞아 시체처럼 보이던 올리버를 도랑에 던져두고 도망쳤고, 페이긴은 일이 실패한데다 올리버가 또 실종되어서 패닉에 빠졌죠. 연재 중일 당시에는 얼마나 심각한 절단마공이었을지 짐작이 안되더군요.
사이크스와 토비가 떠난 뒤 새벽이 지나고 나서야 올리버는 어지러운 정신 속에서 깨어납니다. 그리고 어딘지로 모를 곳을 걸어서 도둑질을 하려던 집 문을 두드리고 기절합니다. 그 집 사람들은 한밤의 무용담을 자랑하던 집사와 시종의 이야기를 듣던 중에 깜짝 놀랐습니다.
선량하고 자애로운 로즈 아가씨와 메일리 부인이 아니었더라면 올리버는 그쯤에서 한많은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죠.
올리버 트위스트라는 소설에서 주인공 올리버가 생사를 헤메는 사경을 여러번 맞이하는데 항상 다른 사람들 때문인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그리고 중간장에는 마치 베이컨의 모양과 같이 행복과 슬픔은 차곡차곡 쌓은 모양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담론을 작가가 전달하는데 이야기 구조도 그렇습니다. 올리버가 불행했다가 잠깐 행복해졌다가, 또 불행해지고 선한 사람을 만나서 행복해지죠.
따라서 로즈와 메일리 부인, 의사 로스번은 깨어난 올리버의 이야기를 듣고 기꺼이 도와줍니다.
그런데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브라운로 씨는 재산을 처분하고 6주 전에 이미 서인도 제도로 떠났다네요? 아주 야단났군요.
이제 두 번 다시는 볼 일이 없어진 차에 요양차 시골로 내려간 올리버는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시골에서 사는 노신사에게 글을 배우거나, 바람이 불어오는 들판 위를 걸어다니며 꽃병을 장식할 야생화들을 꺾어든다거나, 아름답게 세계 아래로 잠겨드는 노을을 목격하거나, 그늘을 제공해주는 나무 아래에서 실컷 잠을 잔다거나 하는 등 말이죠.
빌과 페이긴의 시점의 이야기도 전개되지만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닙니다.
물론 올리버는 예의바른 소년이기 때문에 무척 공손하게 행동했습니다. 어릴 때 받지 못했던 사랑을 그 사람들에게 받죠.
하지만
로즈 아가씨가 열병에 걸리죠. 다시 깊은 슬픔이 찾아온 겁니다.
메일리 부인의 부탁으로 올리버는 우편부에게 두 개의 편지를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메일리 부인의 아들인 해리 메일리(집안 친척들의 요구로 정계 진출을 노리고 있음)가 당장 달려오죠.
다행스럽게도 그가 도착하기 전에 상태가 호전됩니다.
여기서 해리 메일리와 로즈 아가씨의 운명 같은 사랑이야기가 나오는데, 해리는 정계 진출을 해야하는 사람이고, 로즈는 그를 사랑하지만 현재 어머니에 대한 부정한 소문 때문에 추문이 일까봐 해리를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뭐라고 해야될까, 스릴러에서 힐링물 여기에서
완전 로맨스로 튼다고? 이거 뭐지?라고 생각한 파트입니다.
그러던 중에 올리버는 선잠을 자는 도중 창가에서 그를 내려다보는 두 사람, 페이긴과 멍크스를 발견하고 사색에 질립니다.
그들이 찾아온거다! 집안 사람들은 집 근처를 샅샅히 뒤졌지만 딱히 증거가 나오지 않았죠.
이제 페이긴과 멍크스가 올리버의 위치를 알게 되었으니 단단히 대비해야될 때죠.
그리고 로즈와 해리 두 사람은 안타깝게 헤어지지만 해리는 마지막에 반드시 내 모든 것을 버려서라도 로즈와의 사랑을 이루겠다며 1년의 기한을 달라고 합니다. 이걸 보면서 디킨스 씨는 다양한 종류의 글을 다 쓸 줄 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그때부터 전개는 폭풍 같이 치닫습니다.
말단교구관에서 곧 원장이 될 범블 씨와 코니 부인, 그리고 올리버의 어머니가 죽을 때 옆에 있었던 노파가 등장하면서부터요.
이 노파는 올리버의 엄마가 죽을 때, 맡긴 황금 로켓을 전당포에 보관해두고 지금껏 보증서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간호부장인 코니 부인과 범블 씨는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내던지라..중년 불륜 로맨스에서 스릴러로 방향 전환을 하다니 놀라웠죠.
물론 약간 작위적인 설정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복선이 있긴 했지만 셀리 할멈이 12년이나 지나는 동안에 그걸 안팔고 여기서 죽는 게 말이 되냐는 의문이 생겼죠. 하지만 디킨스 씨도 그 부분은 알지만 썼으리라고 봅니다.
범블 씨와 코니 부인이 결혼한 뒤에 멍크스가 범블 씨를 찾아옵니다. 올리버에 대한 정보를 듣고자 한 거죠.
범블 씨는 코니 부인이 셀리 할멈에게서 뭔가 받았다 짐작하고나 다음날 소개시켜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강가에서 세 사람이 만나, 어둠의 거래를 하죠. 올리버가 아그네스라는 사람의 아들이라는 징표는 깊고 어두운 강물 속으로 가라앉고 범블 씨 부부는 금화 25파운드를 얻었습니다. 정말 좋은 거래가 아닐 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후반부의 사태를 반전시키는 핵심이 바로 낸시인데, 낸시는 올리버의 소식을 듣고, 아편을 먹여 사이크스를 재운 뒤 런던 서쪽의 호텔로 가서 로즈 양을 만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의 핵심과 멍크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로즈 아가씨는 낸시를 어둠의 길에서 빠져나오게 하려고 하지만, 죄 많은 영혼을 가진 여자로써 타락한 불량배를 사랑하게 되고, 이미 자기 집이 되어버린 뒷골목 사람들을 배신할 수 없었던 낸시는 제안을 거절합니다. 분명 순수하고 아름다운 선과 타락하지만 인간적인 여성들이 대담을 벌이는 장면이 무척이나 강렬하더군요. 특히 낸시라는 인물이 가장 매력적으로 변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모든 죄를 알지만 감수하고, 전모를 말할 용기를 내었지만 정작 밝은 출구로 나가기를 거부하는 모습이요.
낸시는 자신이 살아있는 이상 매주 일요일 11시와 자정 사이에 런던교에서 만나자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첫째주는 나가려고 시도했지만 사이크스가 막아서는 바람에 실패했고, 그 때문에 초조한 행동을 페이긴에게 들키게 됩니다.
물론 페이긴은 사이크스 말고 다른 남자와 불장난에 빠졌나?는 감상에 불과했지만 마침 페이긴과 동업하게 된 모리스 볼터(전 이름 노아 클레이폴)를 시켜서 낸시를 미행하게 하죠.
그리고 모리스 볼터는 런던교 하부에 숨어서 로즈 아가씨와 브라운로 씨, 낸시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전부 고발했다며 모조리 일러바칩니다.
페이긴은 이 사실을 사이크스에게 알렸고, 사이크스는 화가 나서 낸시를 목조르다가 마침내 몽둥이로 패죽입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잔인하고 참혹하게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낸시는 스스로가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사이크스마저 구원하고자 하고, 사이크스는 분노로 그녀를 살해하는 과정이, 살아있던 그녀가 죽는 과정 단 한 문장이 저에게는 무섭게 다가오더군요.
어쨌든 살인이었기 때문에 피를 대충 닦아낸 사이크스는 자기 개를 데리고 런던 바깥으로 도망칩니다. 하지만 낸시의 유령의 그의 등뒤와 머리 위에서 따라다니고 있었죠. 그 때문에 며칠 간 떠돌던 사이크스는 화재 현장으로 미친듯이 뛰어들어 이리저리 휘젓고 다닙니다.
신의 인도인지, 귀신의 저주인지는 몰라도 손끝 하나도 다치지 않았지만요. 마침내 런던으로 돌아가 돈을 챙긴 다음 이 나라를 뜨기로 한 사이크스는 자기 개마저 익사시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개는 낌새를 눈치채고 도망가버립니다.
그 이후는 대충 짐작하실겁니다. 유대인 장물아비 페이긴은 낸시 살해 교사범으로 체포되고, 사이크스는 그 살해범으로서 야곱의 섬(런던 최악의 빈민가로서 밀물일 때는 완벽하게 섬이 되는 골목) 안가에서 도망치려고 시도하다가 목이 졸려 죽습니다.
본래는 탈출용으로 허리에 끼워서 진흙탕 쪽으로 뛰어내리려던 건데, 갑작스럽게 미친 건지 사이크스가 눈이 보고 있다고 말하더니 미끄러지는 바람에 올가미가 목에 걸려서 교수형 당한 것처럼 되어버립니다.
페이긴은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혀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린 뒤 교수형을 당하구요.
멍크스는 브라운로씨의 친구의 아들이었으며. 진실(올리버의 아버지가 새 처를 맞아서 임신시킴, 그러나 열병에 걸린 도중에 멍크스-에드워드 리포트와 그의 엄마가 아버지의 유언을 무시하고 재산을 가로챔)이 밝혀져 모든 사건이 해결됩니다.
이 상황에서 올리버가 한 거라곤 슬픈 표정으로 용서한 것 말고는 없지만 어쨌든 최종적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합니다.
올리버는 로즈 이모(아그네스가 로즈의 언니)와 브라운로씨, 정치인을 포기하고 목사가 되어 로즈와 결혼한 해리와 같이 살며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에필로그에서 찰스 디킨스는 다루지 못한 에피소드들에 대한 아쉬운 소회를 밝히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근데, 묘사되지 않은 단순 플롯만으로도 뭔가 즐겁거나 아름답더군요.
그리고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등장하는 로즈만큼은 마치 현존한 천사를 묘사한 것 같습니다.
디킨스의 조카가 17세에 열병으로 목숨을 잃었다죠.
그녀의 사랑스러움이 반영된 캐릭터일 겁니다. 작가의 경험담이 반영되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또한,제가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찰스 디킨스가 괜히 대가가 아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섬세한 묘사, 그것이 어디까지나 생생한 전달력일 뿐 읽는데는 전혀 방해 되지 않고, 더 짧게 쓰면 탁월한 웹소처럼 쓰시겠어요.
물론 올리버라는 주인공이 작중에서 활약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목만으로 기대한다면 실망하실 수 있지만...그런 부분은 오히려 악당 캐릭터들이 충족시켜서 대단한 소설입니다. 특히 저는 풍광 묘사가 좋더군요. 너무 난해하지도 않고, 간결하고 이미지가 잘 와닿아요.
딱 한 가지 현대 독자로서 걸리는 점이 있다면 우연히 만난 좋은 사람들이 다 올리버의 가족이랑 관련이 있다는 거겠죠.
***))황당 세 줄 요약
1. 올리버는 악당들 때문에 슬프고 불행하지만 창백하고 아름다운 소년이다.
2. 올리버는 본인만 모르고 있었을 뿐, 좋은 사람들과 깊은 인연이 있었다.
3. 디킨스는 19세기 영국 문학의 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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