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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애묘인이 아닙니다

땡굴넙데데 2019-06-17 (월) 01:12 조회 : 738 추천 : 1

말 그대롭니다 전 애묘인이 아닙니다

특별히 고양이가 좋아서, 이뻐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게 아닙니다

어쩌다 연이 되었고 어쩌다 보니 키우고 있을뿐입니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이리된 얘기를 그냥 하고 싶어서 글을 적습니다

저와 꼬맹이가 만난건 작년 8월? 9월 쯤? 아마 그때쯤 일걸로 생각됩니다

제가 데려온 아이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원래 꼬맹이의 집사는 제가 아니라 저의 형이지요

원래 집사가 제가 아니라 저의 형이었기에 꼬맹이도 당연히 저보다 형을 더 따랐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초겨울쯤.. 전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꼬맹이를 방 안으로 들였습니다

그냥 두었다간 얼어 죽을거 같았거든요

왜 그랬는진 저도 모릅니다

제 평소 성격으로 본다면 죽든지 말든지 신경 끄고 살았을 텐데 말이죠

좌우지간 그렇게 꼬맹이는 겨울을 집안에서 살게 되었고

2월 중순쯤에 정해진 순서인지 발정기가 왔습니다

그 즈음에 형이 그런 얘길 하더군요

수술 해야 하는데 자기가 알아보니 2년 정도 지난후에 하는게 좋다라고 어디서 봤다는 겁니다

속으로 정말 황당했습니다

어떤 미친것이 그따구 소리를 했는지

본인이 컴터가 없는것도 아니고 태블릿을 옆에 끼고 살면서

검색 한번만 해봐도 그따구 소린 안 할텐데 하고 말이죠

순간 제 머릿속에 아.. 이 인간이 원래 이런 인간이었지.. 라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뭔가 일을 벌리긴 하는데 금방 실증을 느끼고 만약에 그게 돈이 들어가는 일이면 본인돈 쓰는걸 엄청 꺼리는 인간이었다는걸..

그래서 발정 지나가면 내 돈으로 수술해줘야겠다 란 생각을 먹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가던 중 이 인간이 결국 본성(?)을 드러내더군요..

발정기가 오니 조용하던 꼬맹이가 앵앵거리고 2월 말쯤 되니 슬슬 털갈이를 시작하는지 털 날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고치고 그러니 발정난 고양이를 집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제가 집에 있을땐 어찌어찌 간식 같은거로 꼬셔서 집 안으로 들이긴 했지만

문제는 제가 집에 없을때 집 밖으로 쫒아내면 방법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발정난 고양이가 밖에 나가서 뭘 할까요?

그때쯤부턴 아예 밖에서 재우려 하더군요 아직 3월도 되지않은 그 날씨에..

어쩔수 없이 전 꼬맹이를 제 방으로 끌고 들어올수 밖에 없었습니다

날씨도 날씨 이거니와 새끼를 밴게 분명한데 저거 저대로 두면 얼어 죽겠다 란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그때부터 꼬맹이의 집사는 저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아예 신경을 안 쓰더라구요

화장실 새로 장만해서 방 안에 넣고 사료 사 멕이고 모래사서 깔아주고 똥 치우고..

고양이에 들어가는 모든 크고 작은 일들이 온전히 제 몫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버릴거면 아예 데리고 오지 말든지..

그때부터였을겁니다 꼬맹이가 외출냥이 된게.. 이미 임신한걸 어찌할 방법도 없고

안에 가두고 있어봐야 스트레스만 받는거 같아서 스트레스라도 풀으라고 외출을 시키기 시작했죠

지도 그걸 아는지 낮엔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저녁때 되면 알아서 들어오니 자연스레 외출냥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또 시간은 흘러 꼬맹이의 배는 점점 불러왔고 새끼를 낳게 되었습니다

새끼를 낳고 젖을 물리는게 힘들었는지 출산후에 급격히 살이 빠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뭐가 좋을까 하다가 찾아보니 황태가 좋다 하길래 끓여 멕이기로 하였습니다

퇴근후 고양이 주려고 닭가슴살과 짠기를 뺀 황태를 끓이고 있는데

형이 옆에 와서 비아냥 거리는 듯한 말투로 한마디 하더군요

나도 비싸서 선뜻 손이 안가는 황태를 끓여멕이냐?

그냥 아무말 안 했습니다 인간이 원래 그런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얼마전엔 이런 말도 하더군요 수술 하는데 얼만지 알아보라고..

나중에 물어보길래 얼마다 라고 말하니 실실 쪼개며 또 한마디 하드만요.. 내가 좀 보태줄까?

속으로 온갓 욕이 다 나왔습니다

진짜 형만 아니면..

얼마전엔 정말 충격적인 얘길 하더라구요..

야~ 나 고양이 알러지 있는거 같다~!

하.. 그런분께서 애초에 고양인 왜 데리고 오셨는지..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더 가관인건 어느날 제 방문을 벌컥 열더니 야 한놈만 일로 와바라 나랑 놀자 이러더니 한놈을 데꼬 나갑디다

그러더니 한 30분 후에 그놈을 다시 손에 잡고 제 방에 다시 보내며

그렇게 숨어다니면 놀수가 없잖냐 하면서 다시 제 방에 넣더라는..

그게 고양이 알러지가 있으신분이 할 행동인지 참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좌우지간 전 팔자에도 없는 고양이 집사가 되어버렸고 요즘 이 놈들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입니다

하루에 먹어대는 사료값만 해도 골아픈데 6마리 똥 싸는거 치워줘야되고..

한마리라도 아프면 줄줄이 돌아가면서 골골거리는 바람에 병원비 미친듯 깨지고

그래서 분양글 올렸건만..

사람들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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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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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s 2019-06-17 (월) 01:17

아........... 제 밑에 애가 자기 와이프 임신 초반에 개 키우고 싶다고 하나 데리고 올려고 한다길래 좀 막말까지 써서 말린 적 있었는데......... 생각 없는 얘들은 진짜 한심 하더군요.

전 애묘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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