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평범한 가정에서 사촌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고추 달고 태어났다고 그렇게나 예뻐해주셨던.
기억이 남아있는 서 너살 무렵 시골집에 다니러가면 언제나 엄마가 등을 디미는 통에 삼형제 중 맨 앞서
"할머니~" 하며 그 허름한 시골집 앞마당 대문을 지나면 백이면 백. 밥을 지으시던 군불을 때시던 부엌에서
버선발로 뛰어나오시던 내 할머니.
그 낡은 집 커다란 방 하나에 온 식구가 모여 화롯대로 방 공기를 데우고 그렇게나 팔이 빠져라
부지깽이질로 아랫목 절절 끓게 하시고는 그 아랫목 자리 할아버지 뉘게 하시고 잘 때 뒤척이지 않는다는 핑계로
항상 따뜻한 할아버지 곁 자리는 내어주신 내 할머니.
배웅하는 작디 작은 시골 터미널에 버스가 출발하려고 바퀴라도 돌아가면 그 버스 따라 도시까지
따라올 듯 얇은 팔 머리위로 번쩍 들어올려서 내 모습 이미 사라지고 버스 궁둥이만 보여도
내 뒷모습인 양 주름깊은 그 눈에 더 깊게 파이도록 가는 모습 담아내시던 내 할머니.
어릴적 베고 자던 이미 훌쩍 커버린 큰 손주에게 맞지도 않는 그 작디 작은 베개를 항상 서랍에 두셨다가
다른놈이 선수 칠새라 이불 펴기 무섭게 그 베개 먼저 꺼내서 니꺼라고 챙겨주시고
한 겨울 상을 내오시며 내 숟가락 차다고 혹여 손 시려울까
국 그릇에 손잡이 담가 녹여 주시던 내 할머니.
치매 앓다가 가실때도 적어도 나는 기억하시겠지... 이 큰 손주는 아시겠지...
내가 해달라고 투정부리면 동네에 온갖 아쉬운 소리 해가며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다 해주셨던 나잖아. 응? 할머니. 나는 기억 할 줄 알았어.... 나 왔다고 목소리 들려주면
우리 강아지 왔냐고 이름 불러줄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어쩜 그렇게 내 목소리를 모르실까? 그렇게 업어 키우고 금이야 옥이야 넘어질까 쓸릴까
애지중지 생각한 날 왜 기억 못해?
오늘 유독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요. 특별한 일도 없고 딱히 즐겁거나 어떤 일을 겪은것도 아닌데
오늘 유독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요.
꿈에서 보고 싶지만 오늘은 말고^^ 오늘 보면 많이 울것 같아.
이 나이 먹고 할머니한테 투정 부리는거보면 난 아직도 철이 덜 들었나 봐.
오늘 밤 많이 덥고 내일부터는 비 많이 온대. 나 내려다 본다고 허리 숙이고 있지말구.
할머니한테는 돌아가신 뒤에나 말해보네.
"사랑해요♡"
(연예인)
비비지 은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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