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여성에 대시는 바야흐로 4시간 전

나는 일본에 유학 중인 배고픈 한량이다.  나는 친구가 없다. 한국인이 없는 학교이기도 하지만서도 기숙사 경비원아저씨가 친구없는놈이라고 놀릴 정도다. 어딜가서 빠지지 않는 얼굴이지만 로맨스도 없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도 심쿵할 일이 생겼다.

학교 앞에는 햄버거, 샌드위치, 머핀 등 밀가루와 밥류를 파는 카페가 있다. 주린 배를 채울 겸 저녁 시간 즈음이 되면 카페를 찾는데 마침, 그 시간은 우연히도 항상 마감시간이다. 그리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일본인 여성은 언젠가부터 내가 갈 때마다 남는다며 빵을 하나씩 더 넣어주었다.

오늘 나는 카페에 무려 '라테'를 사 마시러 갔다. 코트 주머니에는 초콜릿을 하나 넣어 두었다.  커피를 받고 괜찮으시면 드시라고 초콜릿을 권했다.

여성은 "저 주시는 거에요?"

"항상 받기만 해서요..."

초콜릿을 주니 나를 보며, 그녀는 웃어준다. 기분이 좋아진 듯한 그녀는 마감시간이 훨씬 남았는데도 머핀을 드시겠냐며 권한다.

공짜는... 아니... 호의는 거절하지 않기 때문에 녹차와 홍차 맛 중 홍차를 선택했다.

또 오겠다며 무심히 걸어 나왔다. 쿨했다.

햇볕이 잘 드는 벤치에 앉았다. 빵과 라떼는 맛이 있었다. 얼그레이향이 은은히 나는 빵은 맛이 참 좋았다. 

마침 수업시간이라 한적했다. 오랜만에 햇볕을 받는 호사를 누리니 지난 밤 보았던 '어바웃 타임'이 생각났다.

남주보다는 내가 좀 더 낫던데. 못난 거라곤 얼굴, 키, 능력, 나이 많은 것 밖에 더 되나. 나에겐 한국인버프가 있다.라는 생각이 무심코 들었다.

다음 주부터는 연휴가 되어 그녀를 보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와 '용기있는 자만이 미녀를 얻는다.'라는 격언이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영화가 참 설레었는데, 오늘이 내게 그 날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고 있던 커피와 빵 봉지를 버리고 다시 카페를 찾았다. 그녀는 뒤돌아 씽크대에서 주방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기척에 뒤를 돌아 보았다.

그녀는 손에 묻은 물을 닦는다. 서두르지 말자. 손에 묻은 물기를 다 제거하고 나를 쳐다본다.

나는 어색한 일본어로 입을 뗐다.

"혹시, 다음 주에, 바쁘지 않으시면 다음 주에 식사라도 같이 하지 않으실래요?"

나는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이내 그녀는 입을 뗐다.

"카레시가 이테..."

당황했다. 영화에서는 이런 장면이 없었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말을 더듬었다. 뭐라 말했던 것 같은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아리가토우고자이마스'라는 말을 하고 돌아선 것 만은 기억난다. 멍청아. 왜 고맙습니다를 하냐고.

이 여성이 나에게 마음이 있을까하는 마음에 상담을 부탁했던 누나는 "불쌍해 보여서 그렇다"고 말해주었는데 나는 격언의 쪽을 신뢰했다.

나의 '첫' 고백은 이렇게 지나갔다. 대시나 썸은 있었지만 잘 모르는 이에게 데이트를 청한 것은 처음이라 그리고 가슴 떨린 것은 패러글라이딩 이후로 처음이라, 그냥 기분이 좋았다.

실성했는 것인지, 기분이 상쾌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어 속상하지만은 않았다.

이제 아주그냥 허벌나게 대시할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