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제재 앞둔 KT&G, 손실 입힌 담배수입상과 또 2조원대 수출계약
강진구 기자 [email protected]
KT&G가 담배 외상값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3000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중동의 담배수입상과 또다시 2조3000억원대의 수출계약을 체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KT&G는 해당 외상매출 채권에 대한 비정상적인 회계처리와 관련해 지난해 말부터 금융감독원의 정밀감리를 받아왔으며 2주 전 예비제재 조치가 내려졌다. 이에 따라 KT&G가 거액의 수출계약 성사를 내세워 금감원의 제재 수위를 완화해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KT&G는 27일 중동지역 담배수입회사인 ‘알로코자이 인터내셔널’과 2027년까지 총 18억달러(약 2조2580억원) 규모의 일반담배를 공급하는 판매권 부여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알로코자이는 중동 지역 내 최대 판권을 가지고 있는 담배수입상 라만이 운영하는 회사로 KT&G의 해외매출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KT&G는 이번 계약으로 중동 지역에서 안정적인 판권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3000억원대의 외상채권 처리계획은 공시정보에 포함되지 않았다.
KT&G 내부 사정을 잘 아는 ㄱ씨는 “역대 대표이사가 연임을 앞두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라만에게 부탁해 밀어내기 수출을 많이 했고 이 과정에서 라만이 제때 외상값을 갚지 않아 악성부채가 3000억~4000억원대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ㄱ씨는 또 “KT&G가 수년 전부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외상매출 채권을 처리한 사실이 발각돼 지난해 말부터 금감원의 정밀감리를 받아왔고 2주 전 예비조치까지 내려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KT&G가 금감원의 제재가 임박한 상황에서 수출계약을 발표한 것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알로코자이는 지난해 독일에 담배 생산설비까지 주문한 적이 있어 향후 7년간 수출입 계약이 잘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KT&G 측은 이에 대해 “이번 수출계약은 금감원 감리 일정과 무관하게 진행돼 타결 시점에 발표한 것”이라며 “외상채권은 2012년부터 대손충당금을 쌓는 방식으로 정상적으로 처리해왔고 금감원에도 충분히 소명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에 라만으로부터 외상채권에 대한 회수 약속도 받아냈고 라만은 담배를 제조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ㄱ씨는 “5년 전 수출계약 때도 라만에게 똑같은 약속을 받았지만 결국 외상값을 못 받고 대손충당금까지 쌓은 마당에 또다시 뭘 믿고 2조30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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