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의 ‘기준금리 힌트’ 실험…금통위원마다 6개월 전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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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의 ‘기준금리 힌트’ 실험…금통위원마다 6개월 전망할까
수정 2024-03-05 08:26 등록 2024-03-05 08:00

이창용 총재, 사견인 6개월 전망도 밝혀
기준금리 향방 금통위원 의견개진 확대 검토

지난해 말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예고) 실험에 나서고 있다. 향후 기준금리 향방에 대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3개월 안팎의 생각뿐 아니라 본인의 6개월 전망까지 함께 밝히고 있는 것이다. 총재가 금통위 합의 사항을 전달하는 의장직을 겸임하는 모호한 경계선 속에서 이 총재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부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사견을 전제로 ‘6개월 기준금리 전망’을 밝히고 있다. “개인적으로 상반기 내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 등과 같은 발언이다. 기준금리는 총재·부총재와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금통위가 투표로 결정한다. 이에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생각만 전달해왔는데, 시계를 더 확장한 개인 의견을 추가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주체들이 통화정책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정보를 더 다양하게 주겠다는 취지다. 또 기준금리가 장기간 동결되고 있는 터라 경제 주체들의 기대 심리를 잘 관리해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너무 떨어지거나 올라가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주목되는 이유는 중앙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와 관련 신호를 전달하는 기자간담회의 중요성 때문이다. 정책금리는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탓에 중앙은행들은 금리 결정 뒤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방향에 대한 실마리도 제시한다.

문제는 기자간담회의 발언자는 대부분 중앙은행 총재인 동시에 정책금리 결정 협의체의 의장이라는 사실이다. 한은의 기자간담회 내용도 금통위 합의 사안과 총재 개인 견해가 섞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두고 국민의 혼선을 고려해 금통위 의장으로서 합의 사안만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과 총재 개인 견해가 섞이는 건 불가피하다는 논쟁도 종종 벌어진다. 2022년 이주열 총재 퇴임에 따른 공백기에 기자간담회를 총재 직무대행인 ‘이승헌 부총재’가 해야 할지,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인 ‘주상영 금통위원’이 해야할지를 놓고 한은이 깊은 고민에 빠졌던 것이 상징적인 사건이다.

금융시장은 아직 혼선은 없다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창용 총재가 ‘개인 의견’과 ‘금통위 합의 사안’을 구분하고 있고, 다수 금통위원들의 견해와 총재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만 추후 금통위원들과 이 총재의 생각이 갈리는 순간이 오면 포워드 가이던스가 어떻게 바뀔 지에는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실제 2022년 기자간담회가 논쟁이 된 건 주상영 금통위원이 소수의견을 내온 인물이라 금통위 합의 사안과 개인 의견을 잘 구분해 설명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단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포워드 가이던스 시계도 같이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해보고 있다. 일부 금통위원은 미국과 달리 각 위원이 독립적인 경제 분석·전망을 할 수 없다는 점, 대외 변수가 많아 긴 시계의 전망이 힘들다는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

전슬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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