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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표 밸류업’ 주식들, 상승분 절반 이상 토해냈다
수정 2024-04-08 19:25 등록 2024-04-08 15:14
정책 기대감에 급등한 금융·자동차주 등
총선 뒤 구체화할 정책 세부 내용이 관건
정부가 꺼내든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약발이 영 시들한 모습이다. 대표 수혜주로 꼽힌 금융·자동차 등 저평가주들의 주가가 정책 기대감에 일찌감치 급등했다가 상승분을 도로 반납하는 등 주춤해서다. 총선 이후 구체화될 정책들과 시장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저평가 종목들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발표 이후 외려 주가가 하락했다. 기아가 대표적이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서 기아 주가(이하 종가 기준)는 밸류업 지원 방안 발표 직전인 지난 2월23일 주당 11만8400원에서 이달 5일 10만5천원으로 11.3% 내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개인과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1.7%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앞서 기아 주가는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 토론회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처음 언급한 지난 1월17일 직전 주당 8만9800원에서 지난달 14일엔 12만8500원까지 치솟았다. 정책 테마 여파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저평가주들의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52주 최고가를 새로 썼다. 그러나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며 연초 대비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토해낸 셈이다.
다른 종목들은 사정이 비슷하다. 2월23일 종가 대비 4월5일 종가는 한화생명이 17.1% 빠졌고, 현대차(-7.6%), 우리금융지주(-6.6%), 삼성생명(-3.9%), 하나금융지주(-1.9%) 등도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밸류업 수혜주로 꼽혔던 주요 금융·증권·자동차주 중에서 이 기간 주가가 오른 건 케이비(KB)금융(5.0%), 신한지주(1.8%) 정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케이알엑스(KRX) 증권과 자동차 지수는 각각 5.46%, 4.90% 하락했다. 이 지수는 국내 대표 상장 증권사 11개와 자동차 업종 2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표다. 케이알엑스 보험 지수도 2.56% 내렸다. 같은 기간 케이알엑스 반도체와 헬스케어 지수가 10% 넘게 오른 것과 비교하면 밸류업 수혜주 투자자들의 소외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증권가에선 정책 기대감을 미리 반영해 뛰어올랐던 주가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으로의 관건은 총선 이후 구체화할 밸류업 정책의 세부 내용들이다.
김영환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저평가(저피비알) 탈피라는 정책 목적이 정해져 있는 만큼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르면 추가 상승 여력도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며 “정책 불확실성도 있는 상황이라 불확실성 구간을 피해 가려는 심리 탓에 상승폭을 반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과 각종 세금 등 법 개정 사항이 있는 만큼 총선 결과가 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다음달 중 상장사들의 밸류업 공시 지침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하고 기존에 예고한 주주 환원 강화 목적의 세제 지원 방안 등을 연이어 내놓을 방침이다. 김 연구원은 “선거가 끝나고 정책 진행 방향이 보다 명확해지면 밸류업 관련주들의 주가 향방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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